뇌동맥류는 평소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파열시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어, 뇌동맥류 파열이 발견됐을 때는 치료 방법도 매우 중요하다. 과거에는 머리를 열어 수술하는 개두술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혈관 내 시술과 수술을 접목한 하이브리드 수술법이 주목받고 있다.

신경외과 전홍준 교수(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는 "하이브리드 수술실에서는 응급 상황에서 환자가 이동하지 않고 검사부터 치료까지 한 공간에서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뇌동맥류의 원인과 증상, 위험성에 대해 다뤘던 1편에 이어 이번 기사에서는 전 교수에게 하이브리드 수술의 특징과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치료 과정과 예방 방법을 자세히 물어봤다.

▶이전기사
ㄴ 머릿속 시한폭탄 '뇌동맥류'... 주의해야 할 전조증상은 [인터뷰]

Q. 뇌동맥류로 인해 출혈 등의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먼저 기본적인 치료법은 개두술, 즉 머리를 열고 직접 수술하는 방법입니다. 개두술은 매우 정교하게 이뤄집니다. 의사의 시야를 따라 움직이는 고배율 현미경을 사용해 손은 고정하고 발로 확대·축소를 조절하며 입으로 포커스를 맞춥니다. 숙련된 외과 의사는 이 현미경과 손의 움직임을 하나로 연결해 장시간, 복잡한 수술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수술이 길어질 때는 중단 없이 18시간까지 집도한 경우도 있습니다.

환자들이 흔히 개두술 과정에서 인지 기능 저하나 지능 변화가 생기는 것이 아닌지 걱정을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뇌혈관 수술을 할 때는 뇌 안으로 직접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뇌 구역들 사이의 공간을 이용해 '양파 껍질 벗기듯' 혈관 구조에 접근하기 때문에 굉장히 정교하게 진행됩니다. 혈관을 꿰맬 때 사용하는 의료용 실도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을 만큼 매우 얇아, 고배율 현미경으로 정밀하게 확인하며 진행됩니다.

두 번째 치료법은 혈관 내 시술입니다. 외과 수술이 발전하면서, 뇌혈관 안으로 도관을 삽입하고, 뇌동맥류 안에 코일이라는 색전 물질을 넣어 뇌동맥류를 막는 시술이 개발됐습니다. 미세한 뇌혈관 안에 더 얇은 도관이 들어가고, 도관 속으로 머리카락처럼 가는 코일로 뇌동맥류라고 하는 작은 공간을 메우는 방식입니다. 원리로만 보면 도로가 파였을 때 전문가들이 파인 부분을 메우고 도로를 덮는 작업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수술은 이 두 가지 방법을 접목한 치료법입니다. 수술과 시술의 장점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지만, 한 명의 의사가 두 방법 모두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부 기관에서는 두 명이 나눠서 진행할 수도 있겠지만, 하이브리드 수술실에서는 두 가지 방법 모두에 익숙하게 숙련된 의사들이 시행을 해야 특정 환자의 치료 계획과 실제 치료 과정을 일관되게 시행할 수 있습니다. 국내 하이브리드 센터는 현재 약 7~8개 정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Q. 교수님께서 진행하신 하이브리드 수술 사례를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사례는 매우 많습니다. 대표적인 응급 사례로,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여성 환자가 응급실로 내원했습니다. 내원 시 팔다리 마비 증상을 보였고, 검사를 진행한 결과 뇌동정맥 기형 내 뇌동맥류가 파열되어 뇌출혈이 발생한 상태였습니다. 하이브리드 수술을 통해 환자는 이동 없이 검사부터 시술까지 원스테이지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환자의 아이가 생후 3개월 정도였고, 남편이 울면서 상황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의무감과 책임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성공적으로 하이브리드 수술을 마쳐 환자는 지금도 꾸준히 외래에서 진료를 받고 있습니다. 아이가 현재 7살이 됐는데요, 이런 모습들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Q.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질환 자체를 예방하는 것일 텐데, 추천할 만한 예방법이 있을까요
많은 환자들이 예방 방법을 묻습니다. 뇌동맥류는 해부학적 구조 변화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근본적 예방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생활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흡연은 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금연이 필수입니다. 혈압 관리 또한 중요합니다. 고혈압은 특정 부위에 지속적 압력을 주어 뇌동맥류 성장이나 파열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적당한 음주는 혈액순환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알코올 자체가 혈관을 늘리고 혈류 불규칙성을 일으킬 수 있어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은 직접적으로 뇌동맥류를 예방하거나 치료하지는 않지만, 적절한 유산소 운동은 혈류 순환에 도움을 줍니다. 수영, 조깅, 등산 등은 권장되며, 역기 운동 등의 무리한 근력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마지막으로 뇌동맥류를 걱정하는 분들에게 조언해 주실 말씀이 있을까요
뇌동맥류는 불현듯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므로 예방과 조기 발견이 중요합니다.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발견되면 경과 관찰이나 치료 계획 등에서 담당 의사를 신뢰하고 따르는 것이 치료에 큰 도움이 됩니다.

기획 = 염진아 건강 전문 아나운서